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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결의 심리학 — 공감의 기술

‘우리 편’을 만들고 싶은 본능

by 리컨넥트 2025. 12. 10.

《갈등을 줄이는 심리 도구》 시리즈

1편. 편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편. 감정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3편. 비난 대신 질문하는 기술
4편. 관계 리셋 버튼 누르는 법
5편. ‘우리 편’을 만들고 싶은 본능
6편. 온라인에서 감정 소모 줄이기
7편. 외로움과 공격성의 상관관계
번외 1편. ‘정의감’이 폭주할 때
번외 2편. 다름을 존중하는 뇌의 훈련

 

— 인간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때로는 선을 긋는다.

✅ 1. “왜 우리는 늘 편을 나누는가?”

회의 중에도, 온라인 댓글에서도, 가족 모임에서도
어쩐지 사람들은 금세 두 편으로 나뉩니다.

- “그건 맞는 말이지.”
- “아니, 그건 좀 아니잖아.”

의견이 갈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문제는 그때부터 논쟁이 ‘논리’가 아니라 ‘편 가르기’로 흐른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논리보다 관계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의견’보다 ‘우리 편’이 먼저 만들어집니다.

이건 비이성적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진 심리적 안전장치입니다.
내가 속한 집단 속에서만 존재의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죠.

✅ 2. 사회심리학이 말하는 ‘내 편 본능’

심리학자 헨리 타절펠(Henri Tajfel)의 실험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그는 아무 의미 없는 기준(예: 그림 취향)에 따라 사람들을 나누어도
각 집단은 즉시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자기 집단을 더 우호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른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입니다.
우리는 근거가 없어도 “우리 편”을 더 믿고,
심지어 잘못을 감싸기도 합니다.

인간의 뇌는 ‘공동체의 안전’을 우선시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전이 곧 배타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 3. ‘우리’라는 말의 따뜻함과 위험함

‘우리’라는 단어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강력합니다.
우리 집, 우리 회사, 우리 아들, 우리 학교…
이 말 안에는 정서적 연대감과 공동체의 온기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든 ‘너희’와의 경계를 전제로 합니다.
‘우리끼리’라는 말이 길어질수록,
‘다른 사람’은 점점 밖으로 밀려나죠.

‘우리’의 힘이 강할수록,
사회는 종종 배타적으로 변합니다.

이건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 만들어내는 구조적 현상입니다.

✅ 4. 온라인 시대, ‘우리 편’의 증폭

SNS 시대는 ‘우리 편 본능’을 증폭시켰습니다.
좋아요, 리트윗, 댓글 
이 모든 건 ‘동의의 신호’를 빠르게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의견보다
감정의 소속감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 “내가 믿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나눈다.”

- “나를 이해해주는 공간에 속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형성되는 ‘우리’는
점점 좁아지고, 닫혀갑니다.

디지털 시대의 편 가르기는
속도감 있는 공감이 만든 부작용입니다.

✅ 5. 진짜 ‘우리’가 되기 위한 조건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편 본능’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 1) 다름을 불편해하지 않기
모든 ‘우리’는 다름 속에서 자라납니다.
동질감보다 존중의 균형감이 중요합니다.

📍 2) 의견이 아닌 ‘가치’를 공유하기
‘우리’의 진짜 힘은 생각이 아니라
지향점이 같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 3) 비판을 배척이 아닌 ‘관심’으로 보기
누군가 다른 의견을 낸다는 건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우리’는 다름을 견디는 힘에서 태어납니다.



✅ 6. 결론: 나에게 편이 아니라, 관계가 남는 사회

결국 ‘우리 편’ 본능은 나쁘지 않습니다.
그건 인간이 연결을 갈망하는 증거이니까요.

하지만 진짜 성숙한 사회는
“누가 내 편인가”보다 “누가 나를 이해하려 하는가”를 묻습니다.

진짜 편은 나를 옳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나를 더 넓게 보는 사람입니다.

우리 편을 만들고 싶은 본능을 인정하되,
그 본능을 공감과 확장의 방향으로 리셋할 때,
비로소 다시 연결된 사회가 시작됩니다.